분재의 묵계(黙契) 다시 보기
분재의 묵계(黙契) 다시 보기 글 : 정관영 모든 예술은 그것이 예술인 한, 환영(幻影;illusion)을 만들어낸다. 사실상 물리적으로는 물감의 덧칠 덩어리에 불과한 미술품에서 사물과 흡사한 형상을 보게 되고, 또 사물 자체를 넘어 작자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 사물에 대한 해석된 영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환영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각 예술은 자신의 갈래에 특유한 묵계(黙契;convention)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미술은 평면 공간에 ‘앞과 뒤’라는 거리감을 부여하기 위해 ‘원근법(遠近法)’이라는 묵계를 만들었고, 연극은 배우를 등장인물과 동일시하고 무대장치로 만들어진 오늘의 무대공간을 연극 속의 공간으로 생각하기로 약속하고 있다. 그래서 햄릿을 공연하면 대학로의 어느 연극무대는 중세 덴마크의..
2010.11.05